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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작론

방송 프로그램의 구성4 - 다큐멘터리

by 파토리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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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그램의 구성 첫 번째 글에서 다룬 논픽션물의 대표적인 예시였던 다큐멘터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큐멘터리란?

 다큐멘터리(Documentary)라는 말은 1802년에 처음으로 사전에 등장한 언어입니다.

'다큐멘터리'란 단어의 어원은 '다큐멘트(Document)'인데, 이 단어는 원래 '증거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록되어 있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고, 현대적 의미로는 '증거'라는 뜻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실제로 현대적 의미의 다큐멘터리라는 단어는 1926년 영국의 그리어슨(John Grierson, 1898~1972)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의미는 '허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사실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나 사실적 영화(객관적 사실을 제시해 주는 영상물)'다.

그리고 1948년 제1회 다큐멘터리 세계연맹회의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사실에 입각한 촬영과 합리적인 재구성을 통해 현실을 기록하는 모든 방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란 경제, 문학,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인간의 지식과 이해를 넓히고, 그 욕구를 자극시키며, 문제와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이성이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서 사실의 촬영이나 진지하고 이치에 맞는 재구성을 통해 사실의 모든 면을 영화(Celluloid)에 기록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논의 되어 온 다큐멘터리에 대한 개념 정의는 영화 이론가에 따라 다소 다릅니다. 여러 논의들 중 특히 플레허티, 그리어슨, 로사의 정의는 각기 다큐멘터리를 정의하는 대표적인 것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세 사람의 주장은 사실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적이지만 기록하고 표현하는 기술 즉,  소재를 선택해서 처리하는 방법에서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플레허티 - 다큐멘터리는 현실세계에 대한 탐구와 폭로를 위한 영화
- 사실을 발견하여 전달하는 것만으로 의미의 한계 지음
그리어슨 - 실제 세계에 대한 '창조적 처리(Treatment)'
- 자료 필름의 삽입을 허용(편집 인정)
- 사회민주주의의) 선전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음을 인정
로사 - 다큐멘터리의 정수는 실재의 재료를 극화(Dramatization)한 것
- 다큐드라마의 현실적 존재를 인정
- 그리어슨의 입장 + 인간의 삶을 창조적으로, 사회적 견지에서 해석할 것을 주장

 

다큐멘터리의 양식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양식은 해설 양식입니다.

해설 양식은 화면의 의미를 보이스 오버로 해설자가 설명하고, 중간 부분의 적절한 곳에 인터뷰나 음악 등을 삽입하기도 하여 연출자의 의도를 설득적으로 전달하려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방송국의 제작자들 역시 이런 해설 양식의 다큐멘터리에만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는 여러 가지 양식이 존재합니다.

다큐멘터리 이론가 빌 니콜스(Bill Nichols)는 다큐멘터리 양식을 해설 양식, 관찰 양식, 상호작용 양식, 자아성찰 양식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각 양식마다 추구하는 다큐멘터리 정신과 제작 방식이 다릅니다. 

 

해설 양식(Expository Mode)

직접적 서술 방식이라고도 하는 해설 양식은 관객을 향한 직접적인 해설에 의해 구성됩니다.

이 양식은 영상에 들어있는 의미를 보이스 오버로 설명하거나 영상을 1차 자료로 삼아 2차적 의미를 덧붙이는  표현 방식을 말합니다.

여기서 2차적 의미는 사건의 해석일 수도, 심지어는 현실의 왜곡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 화면 밖에 있는 익명의 내래이터가 사건을 설명하는데, 그 해설자는 대개 사건을 해설하고 분석하는 전지적 화자의 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양식은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운동을 주도했던 그리어슨 등의 작품에서 시작되어 1940년 대 전쟁 시기에 자국의 국민에게 전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교육하는 내용의 영화들에서 두드러졌습니다.

 

화면에 해설을 결합하게 된 데는 우선 초기에 동시 녹음이 불가능했다는 기술적 한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기술적인 요인만은 아니었고, 당시 영국의 다큐멘터리는 대중에 대한 교육이라는 목적이 있었으며, 그 계몽적 관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의 도입이 필요했었습니다.

 

이러한 해설적 보이스는 이후 이데올로기 전달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되어 각국의 교육, 정치 선전 필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는 영화들에서 해설 양식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관찰 양식(Observational Mode)

관찰 양식과 상호작용 양식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는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테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긴장이 유발될 수 있는 곳에 카메라를 가져가 위기가 조성되길 바라며 위기 상황을 기다렸지만, 시네마 베리테는 위기를 재촉하여 상황을 포착하였습니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제작자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이길 바랐지만 시네마 베리테는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주체적으로 영화에 참가하게 하였습니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상황에 관여하지 않는 방관자의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시네마 베리테는 상황의 위기를 조성하는 자극제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카메라에 담아 올 수 있는 사건들에서 진실을 찾았지만, 시네마 베리테는 '인위적인 환경에 의해 감추어진 진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다이렉트 시네마에 해당하는 관찰 양식은 단순한 관찰자의 위치에 카메라와 작가가 머무는 것을 선호합니다.

관찰 양식에서 카메라와 작가는 관찰자의 위치에서 어떤 언급이나 개입 없이 한 사건을 따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해설, 음악, 자막, 연출된 재현을 배제하고, 심지어 인터뷰조차 기피의 대상이 됩니다.

관객이 보는 장면에 대해 그 의미를 해설하지 않으므로 관객이 장면의 의미를 놓칠 수 있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진 않습니다.

 

촬영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롱 테이크가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해설 양식은 논리적 인과관계에 의한 편집을 하는 반면, 관찰 양식에서는 공간적 통일성을 기준으로 장면을 자르고 이어 붙입니다.

따라서 관객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관찰 양식의 다큐멘터리는 대개 '현재 시제'로 한정됩니다. 때로는 미학적 불완전(초점 흐림, 소리 불량)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현재 시점을 강화하도록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술적인 표현에서 역사적인 폭로로 중점이 이동한 것이 관찰 양식의 특성입니다.

 

 관찰 양식은 아직까지도 다큐멘터리의 기본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신념을 심어주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연자들이 카메라와 작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 촬영 스태프가 출연진들과 서먹함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제시됩니다.

 

상호작용 양식(Interactive Mode)

영화 작가의 개입에 의한, 제작자와 출연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주된 구성 방식을 이룹니다.

이 양식에서는 출연자의 인터뷰가 매우 중요시됩니다.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관점을 지닌 인터뷰를 보여주고 해답은 관객이 찾게 합니다.

 

해설 양식에서 인터뷰는 영화작가나 텍스트 자체의 논리를 위한 증거로 역할을 하지만, 상호 작용 양식에서의 인터뷰는 전체 작품의 논리를 세워 가는 주요 수단이 됩니다. 여기서 인터뷰는 권위를 분산시킵니다.

자신의 타당성을 단언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덜 의심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것과 자료화면의 병치는 관객을 능동적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합니다.

 

상호작용 양식에서 편집은 해설을 쓰지 않는 대신에 개개인의 관점 사이의 논리적 일관성이나 차별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상호작용 양식은 증언, 자료화면 등을 통해 과거와 과거가 현재에 끼친 영향까지도 언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관찰 양식이 현재 시제에만 머무르는 것과 달리 상호작용 양식은 과거, 현재, 완료시제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이 점은 다큐멘터리의 표현 영역을 넓혀주었습니다. 그래서 관찰 양식이 현재 시제로 익숙한 생활의 단면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면, 상호작용 양식은 생활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그것에 대한 평가까지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상호작용 양식은 간접적인 서술을 함으로써 해설 양식의 권위성에서 탈피하려하며, 동시에 관찰 양식의 전지전능한 카메라메 반발합니다.

 

자기 성찰양식(Self-Reflexive Mode)

이전의 전통적인 양식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제기되던 모든 것들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내용 그 자체에 대한 언급보다는 표현 과정 자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 양식의 두드러진 특징은 영화 제작 과정을 드러내 기존의 영화적 장치(메커니즘, 기술)가 가졌던 효과를 깨뜨리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도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사고는 환상 깨기입니다.

즉, 관객이 보는 것은 사실 현실 자체가 아니고 사실의 일부일 뿐이며 영화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영화가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처럼 가장한느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과 매체를 통해 걸러져 만들어진 '영화'란 것을 알리고자 하는, 다분히 브레히트(Bertolt Brecht)적인 발상에 가까운 입장입니다.

 

이 양식은 브레히트가 연극에서 주장했던 '낯설게 하기(소외효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고정된 위치에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의 모습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고하며 성찰할 수 있는 관객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 양식은 앞서 살펴본 세 가지의 양식과 엄연히 구별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들을 포괄하면서도 이것을 왜 사용하는가를 관객에게 알리는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 전제조건이 다른 것입니다.

 

이 양식은 이른바 방법을 작품 속에서 실현해 낸다는 점에서 비교적 사회과학적인 관점을 채택하고 있고, 작가 자신이 전능한 창조 주체가 아니라 일꾼에 불과하다는 듯 관객을 강요하지 않고 뒤로 물러선 작가의 위치가 이 방식의 근거입니다.

이런 목표로 사용되는 기법은 패러디, 허구의 사용, 작가의 개입(목소리, 직접 등장)등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큐멘터리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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